출석(2)
홍기민, 김세진
오전 9시 경에 도장에 모여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유근법으로 몸을 푸는데, 기민형은 대체로 '태양경배자세' 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지, 태양경배자세가 유명한 요가 동작임에도 잘 안 익혀집니다. 저는 대신 예전에 배운대로 팔과 다리를 꼬는 동작부터 시작해서, 쟁기자세와 브릿지자세로 마무리하곤 합니다.
금요일에 학교 재학생들을 방문하여 오랫만에 호구없이 겨루기를 좀 했는데, 작년 부장학생한테 뒷차기 맞은 왼쪽 갈비뼈 부근 통증이 좀 있었습니다. 숨도 아래로 다 안내려 갑니다. 흉식 호흡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쟁기자세를 하려니 무척 힘들었습니다. 복식호흡이 안되는 상태에서 쟁기자세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춤서 몸통지르기를 했습니다. (1) 흉식호흡을 하면 어깨가 움츠러들면서 팔이 올라갑니다. 가슴에 공기를 뺀다고 생각하고 숨을 아래로 내려야만 상체에 힘이 빠지고 쉽게 움직입니다. (2) 주춤서 몸통지르기 한 번이, 앞굽이 아래막기 한 번과 원리가 같습니다. 제자리에서 서있지만 중심이동도 이루어집니다. 주먹을 내지르면서 동시에 허리를 반대로 틀고, 자연스럽게 (내지르는 팔쪽) 발을 살짝굴러보면, 그대로 전진앞굽이 아래막기 또는 앞굽이 몸통지르기가 됩니다.
기본동작(전진 앞굽이 아래막기/얼굴막기, 뒷굽이 양손날/한손날, 거들어막기, 헤쳐막기)를 했습니다. 기민형은 발차기를 간혹 섞어 가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저는 힘들어서 발차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허리가 꼬였다-풀렸다-다시꼬이는 순간에 딱 맞춰서 전진하는 발에 무게중심을 싣는 연습을 했습니다. 발에 무게를 실을 때에는, 땅에 닫는 순간 약간 다리를 편다는 느낌으로 지면에 반발력을 가해야만, 같은 높이를 유지하면서 힘도 실리고 중심 이동도 되는 것 같습니다. (주춤서 몸통지르기시 중심이동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응용 동작을 이어서 했습니다. 앞굽이 아래막고 전진 몸통지르기시에는 한 동작으로 연결하여 하지 않고, 일부러 두 동작처럼 해봤습니다. 전진 몸통지르기 직전에 허리를 다시 한번 정확하게 꼬기 위함입니다.
품새는 만련과 정련으로 각각 1-6식을 하였고, 마지막에 연속으로 1-6식을 하였습니다. 저는 앞굽이 자세를 집중적으로 연습하면서 각 품새를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기술을 해보았습니다. 기민형은 이쑤시개로 천천히 정련을 하고, 이어서 쌍검과 환도를 연습 했고, 저는 대나무로 3회 하였습니다. 처음엔 천천히 뒤에는 좀 빨리 해봤습니다. 약간 빨리 할 때 자세가 좀 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천천히 해서 안 될때, 빨리하면서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완-급이 완성을 위한 순서가 아니고, 서로 상호 보충적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주춤서기 15분을 했습니다. 저는 조금 새로운 시도를 해봤습니다. 최근에 옆차기가 잘 안되는데, 그 이유가 고관절 유연성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춤서기로 고관절을 좀 눌러줘야겠다 생각하고 하중을 가했습니다. 먼저 옆차기 자세를 취한다고 생각하고 무릎을 뒤로 당겨주면, 회음쪽 가까운 근육이 강하게 응축됩니다. 그러면 고관절에 자극이 오는데, 그 상태에서 위에서 눌러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세를 낮추되, 다리힘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덜 유연한 고관절에) 무거운 상체를 얹어 놓는 느낌이 됩니다.
주춤서기를 하며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자세를 낮추되, 얼만큼 낮춰야 하는가?"가 오랜 물음이었는데, "나의 고관절에 상체를 얹혀서, 그 탄력으로 저절로 내려가는 곳 까지"인 것 같습니다. 유연해질수록 더 내려가겠지요.
예전에는 운동 마치고 맥주와 소주를 섞어 먹고 집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사이다를 먹으니 원장님께서 "넌 그게 먹고 싶냐~?"하며 놀리셨던 기억도 납니다. 끈적한 설탕물로 입이 텁텁해지는 불쾌감이 무엇인지 저도 이제는 좀 알겠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운동 후 쓴 아이스커피를 마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sweet한 것 보다 dry한 것이 좋아집니다. 쓴 맛이 고소하게 느끼지는 것이, 나이가 들었다는 표시일까 싶었습니다. 이 날도 상쾌하게 수련을 마치고 기민형과 시원하고 쓴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잠깐 놀다가, 귀가하였습니다. 저의 힘든 수련도 언젠가는 쓴 맛이 아니라, 고소하고 담백한 맛으로 느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