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2)
우정, 천종민
도장에 6시 45분에 도착했습니다. 도장문은 이미 열려있고 형광등도 켜져 있습니다. 일찍 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수련을 위해..누군가..일정한 시각에..도장문을 열어두도록..아니면..열어두는..일들을..계속..쌓아..온..것입니다..그렇게..연무재는..13주년을..향해..내닫고..있습니다..
최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상한 일들이 조금 있습니다. 마침 마음에 와닿는 글이 있어 가슴에 새겨봅니다.
"너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연 네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가?
그들에게 그런 힘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누군가 너를 나쁘게 말하거나 큰소리로 욕을 했다고 해서,
또는 너를 한 대 쳤다고 해서, 만일 네가 그것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모욕을 당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너 자신이 그것을 모욕적인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너를 화나게 했는가?
그것은 네가 그것을 화나는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누군가 너의 감정을 자극했는가?
그것은 네가 그 일을 기분 상하는 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너를 자극할 때 이것을 기억하라.
모든 것은 너를 자극하는 그 일에 대해 네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가에 달려 있다고. 단지 외부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 때문에 너의 감정에 불을 붙이고 습관처럼 그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지 말라."
-삶의 기술(에픽테투스, 예문, 1996)중에서-
-내 영혼의 한문장(플림북스)재인용-
유근법을 시간적여유만큼 천천히 호흡에 맞춰 진행하는 중간 중간..특정한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잡념이 수련의지와 충돌합니다..다시한번..호흡을 가다듬고 몸통을 비틀어 봅니다.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되어야만 제대로 수련효과가 있을텐데..쉽지 않습니다.
금일 수련은 원장님과 본인만 출석하여 주춤서몸통지르기와 앞굽이 그리고 뒷굽이 자세를 집중적으로 수련하였습니다.
1대1수련이 주는 긴장감이야 당연하지만, 여느때보다 사뭇 비장함마저 감돕니다. 다소 감성적인 본인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주춤서기동작부터 호흡과 낮은자세에 대한 주문이 이어집니다. 발바닥전체로 땅을 움켜쥐고 있는 느낌을 가져보려고..노력하면 할수록..다친 왼무릎에 대한 부담감이 격돌합니다. 그럴수록 더 정확한 동작으로 호흡과 함께 지긋이 눌러주면 치료효과가 있다고 원장님께서 강조하십니다.
앞굽이와 뒷굽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주 수련보다 0.0001초..0.0001밀리미터 더 낮춘 순간..아~~뭔지 모를 탄성과 호흡이 순간 편해지는 경이로움을 아주 짧게나마 맛보았습니다. 주춤서기로 전환할 때..다시 호흡이 엉키면서 경직된 자세가 되어 일순간 그 느낌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마, 매 순간 그런 집중력과 근성으로 수련에 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를 유지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가는 수련..그런 수련이 되어야 합니다..그것이 연무재수련의 참된 맛과 멋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금일 수련은 기본동작수련만으로도 충분한 성과가 있었고 1대1수련이라 평소보다 조금 일찍 수련을 마치고 원장님 자택 부근..호프에서 맥주로 조촐하게 뒷풀이겸 연무재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연무재를 개원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원장님의 강력한 의지와 동도들의 참여입니다. 그리고 13년이라는 분명 짧지 않은 시간동안 원장님께서 나름 기대하신 것도 그런 동도들의 자발적인 수련의지와 연무재에 대한 책임의식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연무재에 대한 자발적인 수련의지는 물론 구체적인 향후 수련계획도 마련하지 못한 채 전적으로 양재동 본원에서의 수련과 원장님의 지도에만 의지하는 형국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런 형국이라면..앞으로 더 수련해도 과연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라는 것이 원장님의 의중이라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원장님께서 연무재는 동도들의 자치적인 모임임을 강조하시고 홈페이지관리, 회원관리, 회계관리 등..연무재에 관한 모든 일들이 투명하고 자치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과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기를 기대하셨다고 봅니다. 물론 동도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언제나..시간이 없고..일이 바쁘고..생계가 문제되고..본인을 포함한 그 누구도 연무재를 최우선에 두고 진지하게 삶의 구조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2009년 새해를 맞이하며 원장님과 함께 "선물"이라는 책을 돌려읽고 사명서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원장님께서는 그 시점에 이미 화두를 던지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도들의 삶의 방향을 중간점검 해주시면서..연무재의 방향도 짐작 하신 듯 합니다..
시간날 때마다 연무일지를 첫 장부터 읽어 보십시오. 20대 후반..30대 초반이던 동도들의 수련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십시오..이미 답은 첫 수련때 이미 정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습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 역시 마찬가지압니다. 우리 이것만은 기억합시다. 나의 생각, 당신의 생각, 그리고 바른 생각이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생각나는대로 적어 봅니다. 연무재 본원수련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지금처럼 부딪히고 즐길 따름입니다. 그곳에 원장님과 동도여러분이 여전히 함께있으니까요..
아래는 공지사항입니다.
다음 주 수련은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추석연휴가 있는 21일(화)과 28일(화)수련은 쉬기로 했습니다..
연속2주 수련이 없어 몸과 마음의 점검이 느슨해 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왜 연무재수련을 선택했던가요..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 양재본원수련이 13주년 기념식과 동시에 폐원식을 거행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여 다소 무리가 따를 지라도..남은 시간동안만 이라도 연무재본원수련에 집중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이승용한 달 가까이 수련에 참석 못하니 글 쓰는 것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13주년 기념식과 동시에 폐원식"이라는 구절에 걱정과 두려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