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3)
우정, 이주환, 천종민
하루종일 내릴 것처럼 비가 쏟아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변덕스런 날씨의 연속입니다.
최근 몸의 좌우 불균형이 허리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평소보다 일찍 도장으로 향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것인지 아니면 잠시 볼 일이 있어서 나가신 건지 인기척이 없습니다.
최근 원장님께서 동도들의 수련에 임하는 태도와 의지에 대해서 종종 언급하신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각자 생활이 바쁘더라도 정말 무엇이 우선인가를 생각하는 지 걱정하시곤 했습니다. 신체퇴행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현 시점에서 좀 더 진지하게 수련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무일지만 보더라도 각 사범들의 개성과 수련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연무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유근법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가능하면 호흡을 천천히 하려고 의식하면서 천천히 몸을 비틀어봅니다. 어느 순간 호흡이 엉퀴고 숨이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호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는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 한 시간수련하고 나면 호흡도 거칠고 어깨도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호흡이 차츰 안정되고 팔이 아닌 리듬감있는 허리동작에 의해서 영법을 하게 되면 팔동작도 부드러우며 마치 주춤서 몸통지르는 듯한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수영도 고급과정을 배우는 분들의 동작을 보면 만련을 수련하듯 아주 천천히 일정한 리듬으로 오랫동안 물속에서 영법을 구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리한 힘으로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위에 몸을 띄우고 가볍게 노를 젓듯 편안해 보입니다.
그에 비해 초보자들의 동작을 보면 팔다리가 따로 놀며 물을 안마시고 숨을 쉬려다 보니 첨벙첨벙 온몸을 휘젓고 있습니다. 물론 수영과 연무재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나름 도움이 됩니다.
30여분 지날 즈음 이주환 사범이 도장에 도착해서 유근법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이사범이 체육관 사범일을 그만두고 모교 행정조교일을 시작한 후로 수련에 일찍 동참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사실 동도들의 직장생활, 결혼생활 그리고 진로문제와 관련해서 원장님께서 내심 걱정이 되시는 지 좀 더 멀리 앞을 내다보고 결정할 것과 그 결정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을 늘 당부하십니다. 어리석은 제자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합니다.
본 수련을 앞두고 원장님께서 도장에 들어오셨습니다. 가볍게 날씨얘기로 인사를 마치고 금일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금일 수련은 기본동작, 발차기, 품새, 연속품새, 주춤서기10분 그리고 연속품새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변사범과 홍사범이 회사일로 최근 수련에 불참하고 있어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는 게 본인의 심정입니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제자리에서 그 역할을 다할 때 더욱 향기로운 것 같습니다.
기본동작의 핵심은 주춤서기, 앞굽이, 뒷굽이 자세입니다.
주춤서기..말 그대로 주춤(망설이거나 가볍게 놀라서 갑자기 멈칫하거나 몸을 움츠리는 모양)..서다..라는 의미입니다.
한 족장정도의 너비로 양발뒤꿈치를 벌린 상태에서 땅을 움켜쥐듯이 비틀어 십일자모양이 되게 하고 이때, 양무릎은 바깥쪽으로 벌어지고 하복부를 앞으로 밀고 나오는 모양새가 되고 엉덩이부터 머리끝까지 일직선으로 세워져 있어야 하는데 결국 호흡과 통증과의 관계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앞굽이..한 발에 중심을 싣지 못하면 앞으로 몸을 숙이게 되고 호흡이 안되면 허리를 비틀지도 못하게 되며 적당히 중심이 앞뒤로 분산되게 되어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계단오를 때 연습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뒷굽이..한 발중심의 핵심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다. 탈춤 출 때처럼 풀석 주저앉듯이 한 발에 중심을 싣고 삼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려면 역시 하복부와 호흡의 조화가 필수요소입니다. 지하철에서 연습하면 될 듯 싶습니다.
발차기..앞굽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가랑이가 벌어지면 무릎이 반대편 어깨방향으로 곧게 올라갔다가 찍어내리듯이 당기면 되는데 지지하는 다리의 축이 흔들지 않고 확고하게 지면을 잡고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비켜차기나 뻗정다리 형태로 차고 있습니다.
품새..유근법, 기본동작, 응용동작, 발차기를 모두 이어놓은 것이 품새수련이다. 낱동작에서는 정확하게 연습하다가도 품새수련을 할 때는 호흡이 엉키거나 체력소모로 인해 스스로 타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원활한 하복부 호흡을 통해 수련을 마칠 때까지 의식을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원장님의 안타까움이 배가됩니다.
습한 날씨 탓도 있겠지만 좀 빨리 지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속품새를 한 번 한 후, 주춤서기 10분을 하고 나서 다시 연속품새를 한 번 더 수련했습니다.
원장님께서도 다소 힘이 든다며 체력관리에 유념하도록 당부하셨습니다.
금일은 수련후 따로 자리를 펴지 않고 가볍게 맥주 한 잔씩 마시며 현재의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울러 연무재 수련에 대한 아쉬움과 올 한해 남은 기간까지라도 최선을 다해 수련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이승용 사범은 장인어른과의 약속으로 금일 수련에 불참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최근 꾸준한 수련참가로 기량을 많이 회복하고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다음 주 수련때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